등록 : 2007.08.07 17:38
수정 : 2007.08.07 17:38
사설
어제 새벽 끝난 미국-아프가니스탄 정상회담 결과는 실망스럽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한국인 인질 석방 협상과 관련해 어떤 보상도 해서는 안 된다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인질 사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유연성을 전혀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두 사람은 또한 갈수록 어려워지는 아프간내 대테러 전쟁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 못한 채 원칙적인 발언만 되풀이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인 피랍 직후부터 보인 강경한 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군사작전 위주의 대테러 전쟁을 강화하되 한국인 인질 사태와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함께 발목이 잡혀 선택의 여지가 적어 그럴 수는 있으나 책임있는 태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카르자이 대통령도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에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등 외국인 피랍 사건이 빈발하는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제 우리나라 정부가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 모두 인질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고 있지 않음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사태의 핵심 협상 주체는 처음부터 한국이었다. 그럼에도 초기에 납치 세력과 대면 협상을 하지 못하고 아프간 정부한테 주된 협상을 맡긴 것은 실책이다. 이제 우리 자신의 책임 아래 협상 틀을 만들고 초점을 좁혀가야 한다.
미국과 아프간은 우리 정부와 함께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미국이 공개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 테러 집단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중시하는데다 납치 세력에 지나친 기대를 줘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제까지 충분한 노력을 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한국인들은 이번 사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한-미 관계를 새롭게 볼 것이다.
납치 세력은 한국인들을 계속 인질로 잡아둠으로써 더 큰 죄를 짓지 말기 바란다. 납치된 한국인들은 대테러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이들을 지렛대로 삼아 아프간과 미국 정부를 움직이려는 시도 역시 큰 방향 착오다. 납치 세력을 비난하는 국제 여론이 거세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슬람권에서도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납치 세력의 행태가 그만큼 비인도적임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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