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9 18:42
수정 : 2007.08.09 18:42
사설
영화 <디 워>에 대한 논란이 정도를 벗어났다. 건강한 비평과 반비평은 사라지고 욕설과 비방만 난무한다.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인간적 모욕을 동반한 융단폭격이 가해진다. 한 지상파 방송이 ‘디 워 논란’을 심야토론의 주제로 삼고, ‘디 워 지지자’들이 이에 음모론을 제기하며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것 따위는 논란의 기이함과 이상 과열을 잘 드러낸다.
논란은 언제나 있었다. 아무리 뜨겁다고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만도 영화계에선 ‘괴물’을 두고 스크린 싹쓸이 논란이, ‘태극기 휘날리며’를 두고선 애국주의 논란이 제기됐다. 일부 수구언론은 ‘웰컴투 동막골’에 대해 친북 이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주목되는 작품에는 불가피한 게 논란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디 워 논란’은 이전과 양상이 다르다. 일과성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기반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선은 충무로로 상징되는 영화계의 주류와 개그맨 출신 심형래 감독으로 상징되는 비주류 사이에 펼쳐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싸움은 주류의 대변자로 여겨지는 제작자와 평론가, 비주류를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관객들이 대신하고 있다. 요컨대 관객과 제작자, 관객과 평론가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물고기와 물이 다투는 것과 다름없으니 영화계로선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한국영화를 위한다고 하면서, 실은 한국영화를 죽이고 있는 셈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관객과 평자가 평상심을 되찾아, 이성적인 토론을 회복하는 일이다. 사실 평단은 <디 워> 개봉을 전후해 평가(대부분 혹평이었다)를 내린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심 감독의 감정적 호소에 공감하고, 혹평에 자극받은 지지자들이 논란을 공세적으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논점이었던 작품의 완결성, 마케팅 문제 등은 사라졌다. 대신 비주류 차별 여부, 관객과 독자를 가르치려는 평단의 오만, 식상한 작품만 계속 내놓는 충무로의 안이함 등을 향한 비판이 판을 뒤덮었다.
한국영화를 위해 모두 중요한 논점이다. 그러나 이른바 주류라는 평자들 중에도 이 문제들에 주목하는 이들은 많다. <디 워>의 개척정신은 평가하면서도 작품성엔 비판적인 관객도 많다. 모두가 소중한 의견이다.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억눌러선 안 된다. 백화제방 속에서 우리 영화는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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