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9 18:44
수정 : 2007.08.09 18:44
사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축소하고자 콜금리 목표를 연 5%로 0.25%포인트 올렸다. 빚 많은 기업과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넘쳐나는 돈이 부를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과감하게 금리를 올린 것은 적절한 조처로 보인다. 앞으로도 시중 자금 환수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0년 이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말미암아 늘어난 유동성이 많은 부작용을 불렀다. 미국·영국 등 각국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집값 거품이 빠지면서 야기된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조짐도 과잉 유동성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에도 경보등이 켜지고 있다. 중국은 연초에 3% 초반이었던 물가상승률이 6월 들어 4.4%로 급등했으며, 영국과 일본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동안 물가상승 없는 유동성 확대로 자산가격 상승이란 단맛을 누려온 사람들은 이제 인플레 위협과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유동성 증가를 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금과 장단기예금, 정부나 기업 발행 채권 등까지 포함한 광의 유동성은 지난해 말 1839조원에서 지난 6월 말 1949조원으로 6개월 동안 110조원이 늘어났다. 우리는 이미 저금리로 말미암은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경험한 바 있다. 근래는 갈 곳 없는 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려들면서 지난해 말 1434.46이던 코스피 지수가 7개월여 만에 1908.68까지 치솟았다.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 유동성은 줄어들게 돼 있다. 시기가 문제일 뿐 다른 나라들도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게 분명하다. 무리하게 빚을 내어 주택이나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서서히 퇴로를 준비해야 할 때다.
금리 인상이 당장은 서민,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잉 유동성을 놔두면 더 큰 어려움을 맞게 된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손해 본 사람들은 결국 서민들이었다. 한은이 콜금리 목표를 5%로 올렸지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아우른 균형금리에는 아직 못미치는 수준이다. 실물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은 지금이 충격 없이 금리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다. 한은은 흔들림 없이 유동성 축소 노력을 계속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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