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0 18:16
수정 : 2007.08.10 18:16
사설
대통합민주신당(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오는 20일까지 합당 절차를 마치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이 민주신당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합할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쪽이어서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의 합당을 끝으로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부터 여권이 매달려 왔던 이른바 대통합 작업이 일단락되는 셈이다.
여권이 가장 역점을 뒀던 대통합의 여정은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했다. 지난 2월 초 김한길 의원 등 23명을 시작으로 열린우리당 집단 탈당이 네 차례나 계속됐다. 이어 탈당파의 독자 창당과 민주당과의 합당, 다시 민주당 탈당,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을 거쳐 결국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에 이르렀다.
물론 그동안의 대통합 노력이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숫자를 떠나 시민사회 세력의 수혈은 가볍지 않다. 거기에다 광주·전남 광역단체장 등의 가담으로 정치적 기반이 이전보다 강해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분열하고 자멸해가던 여권이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통합의 도달점은 결국 열린우리당에 새로운 시민사회 세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 쪽, 민주당 출신 의원 5명 등이 합세해서 당명을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로 됐다. 6개월 동안 돌고 돌아 결국 ‘도로 열린우리당’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한테 외면받은 정치집단이 변신을 시도하고 자기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쇄신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번 여권 대통합은 잘 보여준다. 무엇을 위한 통합인지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통합만 외치고, 또 입으로는 통합을 부르짖으면서 중심 없는 분열을 거듭한 결과가 뭔가. 자기들 딴에는 온갖 꾀와 용을 썼지만, 결국 그 인물에 그 정당을 조금 고친 것 아닌가. 차라리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회초리를 꿋꿋이 맞으면서 진심으로 반성한 뒤에 지금과 같은 판을 짰더라면 최소한 속임수 정치라는 비난은 받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게라도 했으니 이 만큼이나마 됐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 민주신당이 진정으로 결별할 것은 그러한 정치공학적 발상과 행태다. 대신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인지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끝까지 이를 실천하는 책임성과 진정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열린우리당의 깃발은 내리지만,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타파 등 창당 때의 정신과 꿈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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