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0 18:17
수정 : 2007.08.10 18:17
사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우라늄이 분실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졌다. 안전 불감증과 관리 소홀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우라늄은 핵폭탄의 원료이기에 실험 과정에서 생긴 부스러기조차 관리되고 보고돼야 한다. 게다가 분실된 우라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부른 우라늄 농축 실험의 물증이었다.
우라늄 분실(혹은 소실) 사건은 이전에도 있었다. 원자력연구원은 2000년 분리실험을 통해 저농축 우라늄 0.2g을 추출했다가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져 2004년부터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았다. 이때 실험용으로 쓰던 금속 우라늄 150㎏이 134㎏으로 줄어든 사실이 확인돼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번에 분실된 우라늄은 2000년에 뽑아낸 10% 농축 우라늄 0.2g을 포함해 천연우라늄 1.9㎏, 추출 과정에서 나온 부스러기 0.8㎏이었다. 사찰의 계기이자 물증이기도 한 물질을 분실했으니 국제적인 불신을 피하기 어렵다. 올해 말 종결 예정이던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일정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사고 경위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 연구원은 석 달이나 분실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레이저 실험실에 보관돼 있던 이 우라늄은 지난 5월 중순 실험실을 수리할 때 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소각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한다. 핵폭탄의 원료를 일반 쓰레기와 다름없이 관리한 셈이다.
물론 분실된 우라늄은 양이나 질에서 핵폭탄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핵폭탄 탄두를 만들자면 농축도 90%의 우라늄 10㎏ 정도가 필요하다. 또 천연 상태의 우라늄이나 농축도 10% 이하 우라늄에선 방사능 물질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불신이다. 우리는 북핵 문제로 10여년 동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북의 핵무기 개발 때문에 남쪽도 덩달아 의심을 받고 있다. 사실 남쪽도 1970년대 핵개발을 시도했다.
정부 당국은 조속히 분실된 우라늄의 소재를 파악하고, 분실 경위를 명백하게 밝혀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시스템을 혁신하는 일도 중요하다. 우라늄 연구는, 갈수록 의존도가 높아지는 핵 연료의 국산화 차원에서 당연히 할 일이다. 그러나 실험 과정과 결과의 투명한 공개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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