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0 18:18
수정 : 2007.08.10 18:18
사설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등골뼈가 발견돼 검역중단 조처가 내려진 바로 다음날 미국이 다시 수입 위생조건 개정 협상을 촉구해 왔다. 두 나라의 약속인 수입 위생조건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정중한 사과와 재발방지 조처가 우선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절차 없이 위생조건 협의만 계속하자는 것은 상대편 처지를 생각지 않고 자기 이익만 관철하려는 일방적인 태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거부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라면 우리 국민한테 큰 반감을 사게 될 것이다.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판정받았다는 것을 근거로 소 나이와 상관없이, 또 뼈와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 위험물질(SRM) 유무를 따지지 않고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등골뼈가 발견된 뒤 미국 정부가 “30개월 미만 소라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취한 것은 쇠고기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오만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든 현재의 수입 위생조건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등골뼈 사건에 대해 미국 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어차피 개정할 위생조건인데 왜 고쳐질 규정을 자꾸 따지느냐’, ‘이 기회에 문제가 될 만한 부위를 모두 수입 가능 품목에 포함시키자’라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접근 방식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정 위험물질에 대해 확고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은 권고사항일 뿐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 뼈를 삶아먹는 우리 식생활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훨씬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수입 위생조건을 정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권한이다.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이란 명분으로 밀어붙이는 미국의 태도는 국제 관례로도 적절하지 못한 태도다.
지금까지 드러난 미국 검역체계의 문제점, 뼈를 허용했을 경우 특정 위험물질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결론은 비교적 분명하다. 적어도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라는 기준은 지켜야 한다. 물론 특정 위험물질은 소의 연령에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도 수입해서는 안 된다. 미국 작업장 몇 곳을 훑어보고 미국이 건네준 서류 몇 가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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