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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2 17:44 수정 : 2007.08.12 17:44

사설

며칠 전 경기 의왕시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의 불로 50~60대 여성 8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들은 유독 물질을 다루는 험한 환경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많지 않은 돈이라도 가계에 보태야 하는 저소득 고령층의 고단한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사회 양극화와 저소득층의 빈곤화가 심해지면서, 일터로 나서는 노인 수도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현재 55살 이상 취업자는 437만명이다. 이는 한해 전에 비해 27만명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65살 이상 고령자만도 156만명이나 된다. 65살 이상 전체 노인의 38%나 되는 수치다. 55살 이상 고령 취업자의 상당수는 농·어업 또는 개인 사업에 종사하지만 기능직, 기계장치 조작직, 단순 노무직을 맡는 이도 전체의 38.5%인 168만명이나 된다. 상당수 고령자들이 젊은이들과 노동 강도에서 별 차이 없는 일들을 맡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배려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화재 사건만 봐도, 민첩하게 움직이기 어려운 고령자들이 긴급 사태에 대처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 복도에 각종 약품이 쌓여 있어서 화재 진압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니, 나이 든 여성들은 고사하고 젊은이들도 안전하게 대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이 많은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건 단지 화재의 위험만이 아니다. 요즘 영세 제조업체의 험한 일을 주로 떠맡고 있는 계층은 고령자와 외국인 노동자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업체들은 변변한 산재 예방 시설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나마 대부분 젊은이들인 외국인 노동자에 비하면 고령층 노동자들은 훨씬 더 취약하다. 그래서 고령층에 대해서는 젊은이들에 비해 더 특별한 보호 조처가 필요하다.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하면서 일하지 않을 수 없는 노인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큼이나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정부는 일하는 노인들의 노동 여건을 점검하고 노인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시설 설치 방안을 내놔야 한다. 기업의 협조와 사회적 관심도 중요하다. 조금만 신경 쓰면, 나이 든 이들이 생명까지 위협받으며 일하는 상황만큼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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