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2 17:45
수정 : 2007.08.12 17:45
사설
정부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사이의 대면협상이 지난주 금요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 피랍 사태는 벌써 4주째로 접어들었다. 피랍자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들이 모두 안전하게 풀려날 때까지 조금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대면협상은 사태 악화를 막고 해결책을 좁혀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납치세력은 협상에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이라는 애초 요구를 계속하면서도 인질 일부 석방 등 약간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앞서 제시한 탈레반 수감자 명단이 이미 널리 알려져 그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꼭 석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자 석방의 주체가 아프간 정부와 미국이지 한국이 아님을 알면서도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납치세력에 대한 국제적 비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 인질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도 모자라 지나친 요구를 하면서 사태를 질질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인질들은 아프간 안 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한국 역시 탈레반의 적성국이 아니다. 상식이 있는 정치 세력이라면 한국인을 납치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 결과 이번 인질 사태는 탈레반에게도 자승자박이 되고 있다. 탈레반에 대한 지구촌 사람들의 인상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사태 장기화는 ‘탈레반은 범죄 집단’이라는 인식을 더 확실하게 각인시킬 뿐이다.
정부가 피랍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최선을 다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무엇보다 탈레반이 지나친 요구를 버리고 현실적 판단을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사태가 나빠질 경우 자신들에 돌아갈 대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알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납치세력과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서로의 애초 요구 조건으로 볼 때는 불가능한 듯한 협상도 끈질긴 접촉을 통해 타협점이 생기는 경우가 적잖다. 부분 석방도 일정한 성과이겠지만 사태의 완전한 해결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된다.
이번 인질 사태의 배경에는 그릇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미국 주도 대테러 전쟁이 있다. 따라서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한국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 나라가 방관적 태도를 보여 사태가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지금과 같은 대테러 전쟁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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