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3 18:50
수정 : 2007.08.13 18:50
사설
서울시가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고자 아무 곳에서나 쉽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공용 자전거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프랑스 파리처럼 대여와 반납을 편리하게 하고 요금도 무료에 가깝게 해 자전거 이용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제대로 시행된다면 서울시의 교통을 사람 중심의 친환경적 체계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는 서울시가 안고 있는 오랜 숙제 가운데 하나다. 역대 시장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자전거 활성화를 외쳐 왔지만 어느 누구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장기간에 걸쳐 인프라를 깔고, 교통체계와 도시계획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자전거 주행 여건은 모든 면에서 열악한 수준이다. 자전거 도로가 649㎞라고 하지만 보행자 겸용 도로를 제외한 전용도로는 21.8㎞에 불과하다. 전용도로도 중간중간 끊기기 일쑤고 차도를 지나야 할 때는 자동차의 난폭운전이나 불법 주정차 등 때문에 안심하고 다닐 만한 곳이 별로 없다. 차, 사람, 자전거가 뒤섞여 다니는 곳에선 자전거를 탄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뿐 아니다. 자전거 보관대는 2700여곳이나 되지만 대여소는 26곳에 불과하다. 출퇴근이나 통학 때 자전거를 이용하는 비율이 0.9%밖에 안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서울시가 공용 자전거 제도 도입에 성공하려면 많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부족한 대여소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더불어 손쉽게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무인 대여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군데군데 끊긴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하고 자전거 운행규칙을 재정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나아가 도시계획을 짤 때부터 보행자와 자전거를 중심으로 교통망을 구축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코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관되고 흔들림 없이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집적거리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나아가 차도를 줄이더라도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수반돼야 한다. 현실론에 밀리다 보면 결국 자동차 위주 정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용 자전거 제도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장기적이고 실현성 있는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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