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5 17:52
수정 : 2007.08.15 17:52
사설
재산세를 내려고 농협 지점을 찾아간 이가 겪었던 불편이 어제치 <한겨레>를 통해 보도됐다. 창구에서는 아예 낼 수가 없고, 자동수납기에서 현금으로 내려했더니 그것도 안 됐다. 농협이 통장이나 카드를 개설하지 않으면 자동수납기도 이용하지 못하게 해뒀기 때문이다. ‘끼워팔기’인 셈인데, 이런 억지 통장 개설이나 카드 발급을 거부한 그는 한 시간이나 창구직원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세금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농협 지점에서만 벌어지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농협을 포함해 은행에서 세금이나 공과금 내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창구로 찾아오면 자동수납기를 이용하도록 요구하는 게 일반화했고, 창구에서는 아예 세금이나 공과금을 받지 않는다고 안내문을 붙여놓은 경우도 많다. 사람이 밀릴 때는 자동수납기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노인 등 자동화기기 조작이 서툰 이는 이만저만 불편을 겪는 게 아니다. 어떤 은행 점포는 납부 손님이 찾아오지 않게 일부러 불편하게 한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이런 현상은 은행들이 지점별 수익성 평가를 강화하면서 심화했다. 공공성을 도외시한 처사지만, 그렇다고 은행만 나무라기도 어렵다. 세금이나 공과금 수납이 은행한테는 ‘돈’이 되지 않는데, 인건비만큼 밑지더라도 친절하게 하라고 당부한들 들을 턱이 없다. 특히 국세와 지방세는 수납취급 수수료도 거의 없다. 그렇다 해도 이는 세금이나 공과금 수납을 위탁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기관과 은행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라고 할 사안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창구에서 수납하지 않는 금융기관을 신고하면 시정조처한다”고 말은 하지만, 일선 창구에선 먹혀들지 않는다. 본점으로 하여금 그런 지점은 평가에 반영하라고 하는 정도가 고작인데, 그래서는 고쳐지기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수납을 위탁한 쪽이든 수납을 대행하는 은행 쪽이든, 누군가 비용을 부담해야 풀리는 문제다. 신용카드 납부를 확대하면 한결 편리해지긴 할테지만 카드수수료를 납부자한테 물리면 이 역시 반발을 살 게 뻔하니 근본적인 해법이 못 된다. 은행의 수납 의무를 강화하든지 아니면 비용을 부담하든지, 결국 해법은 정부 쪽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성실하게 세금을 내겠다는데도 불편을 주는 일을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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