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5 17:53
수정 : 2007.08.15 17:53
사설
노무현 정부의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독소들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제 경찰청은 기자들의 직접 취재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해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관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취재하려면 미리 공문을 통해 홍보관리관실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기자를 만난 경찰관은 언론 취재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는 것 등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는 검열 제도와 다를 바 없다.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사실상 취재는 불가능하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경찰 간부들의 김승연 한화 회장 보복폭행 축소·은폐 사건과 같은 일이 또 있더라도 이제는 알기 어렵게 된다. 지금도 종종 벌어지는 경찰의 인권침해와 각종 비리에 대한 감시는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내용은 애초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도 없었다. 구린 데가 많으리라는 의심을 받아온 경찰이 정부의 언론통제 분위기를 틈타 언론 취재를 아예 봉쇄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위원회도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과 직원 접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고 엘리베이터로 통하는 출입구를 막는 공사를 시작했다.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지낸 김용덕 신임 금감위원장이 청와대에서 자리를 옮겨 온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언론의 감시를 귀찮아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홍보하겠다는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일들은 이제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됐다. 그제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정홍보처 및 행정자치부 직제개정안에서는 기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방호원 14명을 포함해 모두 49명을 증원하도록 했다. 내용을 보면, 정보공개 강화 등 취재지원 목적의 조직 개편보다 보도 분석이나 언론 통제를 위한 국정홍보처의 조직 확대가 두드러진다. 특히 각 부처 홍보에 대한 감독 강화와 보도분석 기능의 확대는 군사정권 때의 문공부 홍보조정실처럼 장차 검열 등 나쁜 목적에 쓰일 소지가 있다. 국정홍보처는 이번에 35명을 증원함으로써 정원의 10%가 늘었다고도 한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실제로는 국정홍보처의 ‘조직 이기주의’와 ‘언론 통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자세를 바꿔 국민의 알권리를 막는 이런 조처들을 철회·수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 참에 끊임없이 언론 통제수단을 양산해 온 국정홍보처의 존재 필요성에 대해서도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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