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6 19:05
수정 : 2007.08.19 15:51
사설
만화가 이현세, 영어 강사 이지영, 개그맨 심형래,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창하, 전문 예술경영인 김옥랑, 그리고 연극인 윤석화 ….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썰렁하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허위 학력 파동 이후 거짓 학력이 드러났거나 스스로 고백한 사람들이다. 신씨를 제외하곤 각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인정받은 최고의 전문가들이기도 하다. 이제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저마다 능력과 노력으로 우리 사회를 빛내던 자리에서 물러났다. 세상의 눈총과 자책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거짓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들의 빈자리는 넓고 아쉬움도 크다.
세인의 시선은 문화예술계로 집중된다. 대부분 이 분야 출신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물음은 ‘왜 문화예술계인가’에 그쳐선 안 된다. 끼와 창의력, 그리고 노력으로 승부를 거는 곳, 그래서 학벌이나 학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아니 자유로워야 하는 그곳에서마저 왜 간판에 매달려야 했는지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이 문화예술 전문가들에게마저 학력 위조를 압박했는지 물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은 숨겨진 방대한 거짓보다 드러난 일부 거짓을, 강한 집단보다는 약한 집단의 잘못을 희생양 삼기 마련이니, 경계해야 한다.
사실 최근의 허위 학력 파동은 학벌사회의 추접스런 뒷모습일 뿐이다. 실력은 있어도 학력이 없이는 인정받을 수 없는 사회, 학벌만 좋으면 능력과 무관하게 우대받는 사회가 빚어낸 부작용이다. 이제는 거장으로 인정받는, 중학교 중퇴인 영화감독 임권택, 고교 중퇴인 가수 신중현, 고졸인 만화가 허영만씨 등은, 지금도 짧은 가방끈으로 말미암아 당했던 수모를 털어놓는다. 고교를 중퇴한 가수 윤하, 보아가 굳이 검정고시를 치러 대학에 입학했거나 입학을 준비하는 건 이 때문인지 모른다. 천재적인 이들도 이러한데, 일반인들이야 어떠랴! 사생결단으로 유명 대학 입시에 매달리거나, 돈으로라도 학벌을 사려고 한다. 기업인들이나 전문인들이 40~50대가 되어서도 유명대학 특수과정에 등록하려고 장사진을 이룬다. 그걸 어찌 막을까?
기득권층은 대학에 서열을 요구한다. 손쉽게 패거리 짓고, 평가하기 위해서다. 지위와 부의 대물림에도 편리하다. 주요 대학은 서열화로 이에 부응한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개인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이런 학벌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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