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7 20:46
수정 : 2007.08.19 14:44
사설
열린우리당은 오늘 전당대회를 열어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을 결의할 예정이다. 말이 좋아 합당이지 사실상 열린우리당 간판을 스스로 내리는 정치적 해체식이다. 2003년 11월 출범한 지 3년9개월 만이다. ‘백년 정당’이라는 구호가 부끄럽게 됐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정치실험이었다. 오랜 독재정치와 ‘3김 시대’를 거치면서 고착화된 지역주의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고 아무도 걷지 않은 새 길을 찾아나섰다. 기존의 제왕적 총재를 극복하고자 당과 정부를 분리했으며, 기간 당원제와 원내 정당화 등 새 제도를 도입했다. 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은 바 크지만, 17대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열린우리당의 실험은 한때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패로 드러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처리하지 못하는 무기력을 보여준 데 이어, 아파트 분양원가 도입 등 스스로 했던 민생 개혁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대신 오만과 독선이 넘쳐났다. 국민의 외면은 시간문제였던 셈이다.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연패한데다 마침내 지난해 5월 지방선거에서 참담한 패배를 기록했다.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정치 현실을 무시한 채 당정 분리나 기간당원제 등 이상주의적인 제도를 도입했던 아마추어적 정치 행태와, 끊임없이 내부적인 혼선을 빚게 만들었던 정체성 혼란이 대표적이다. 특히 말로는 서민과 중산층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우회전하는’ 자기 정체성 상실은 지지자들한테서조차 외면을 받게 된 요인이다. 여기에 정치적 리더십과 동지애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 책임감조차 제대로 없었다. 내부의 작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투기 일쑤였으며, 창당 주역 등 지도자들은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하기에 급급했다. 이런 정당에 자멸의 길 외에 뭐가 있겠는가.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문을 닫지만, 지역주의 청산과 정당 민주주의, 정치개혁이라는 창당정신까지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이상주의를 현실에 맞게 고치고, 국민 속으로 좀더 다가가되 초심은 지켜야 한다. 반성과 성찰은 필요하지만,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열린우리당의 경험도 한국 정치사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열린우리당 사람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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