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7 20:48
수정 : 2007.08.19 15:53
사설
인천공항에서 불법 호객 행위와 바가지 요금을 일삼는 택시들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그제 경찰이 밝힌 수사 내용을 보면, 이른바 ‘본방’이라는 조직이 콜밴(화물 택시) 기사들과 짜고 외국인들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웠다고 한다. 이 조직은 외국 항공편이 주로 들어오는 입국장 주변을 장악하고 일반 택시의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게다가 손님을 협박하다시피 하며 영업을 했다니, 조직폭력배와 다름 없는 짓을 벌인 셈이다.
한국의 관문이라고 할 인천공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외국인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해 겪는 일은 한국 전체에 대한 인상을 좌우할 수도 있다. 입국 하자마자 봉변을 당해서야 한국을 좋게 기억할 수 있겠는가. 낯선 땅을 밟은 이들한테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진 못할 망정 불쾌감과 불안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사건은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공 장소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경찰이 숱하게 배치된 장소인 만큼 무엇보다 경찰의 책임이 크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꼴이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관들의 묵인이나 협조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도 의문스럽다. 현장을 취재한 <한겨레> 기자가 직접 112에 신고를 했는데도 공항경찰대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의문을 키운다. 그래서 불법 호객 조직의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 뿌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찰 내부 조사도 필요하다. 만에 하나라도 경찰 내부에 협조자가 있다면 범법자 몇 명 구속한다고 불법 행위가 사라지긴 어렵다. 집중 단속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호객 행위가 다시 극성을 부릴 게 뻔하다. 일선 경찰관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그냥 지나쳐선 안 된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의 피해 예방 책임을 경찰에게만 떠넘기는 것도 무리다. 단속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공항 차원의 홍보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적정한 택시 요금, 불법 호객꾼 대처 방법 따위의 구체적인 정보를 외국인들에게 제공한다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불법 행위를 사후에라도 반드시 적발할 수 있도록 공항 출입 택시의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 관계 기관들은 이번 기회에 불법 택시 영업을 뿌리뽑을 확실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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