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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9 18:37 수정 : 2007.08.19 18:37

사설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한나라당 경선이 오늘 개표만 남겨두고 그 일정을 모두 마쳤다. 공식 일정은 한 달이었지만, 지난해 6월 박근혜 후보가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부터 시작된, 예비선거사상 가장 긴 일정이었다. 게다가 ‘경선 승리=대통령 당선’이라는 등식이 당연시되는 상황이었으니, 잡음도 많고 충돌도 빈번했다. 그 격렬함은 유례없는 고소·고발 사태가 웅변한다.

이런 과열과 혼탁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선은 새로운 선거문화의 제도적 정착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비록 부실 청문회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당 차원의 검증청문회는 우리 정치풍토에선 매우 혁신적인 실험이었다. 집권을 지상과제로 하는 정당이, 자기 당 예비후보의 허물을 캐고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는 건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그것도 권위주의가 체질화한 한나라당에서 이런 실험이 이뤄졌다는 건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 밖에 합동연설회나 공개 토론회 등도 앞으로 새로운 선거문화를 제도화하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가장 치열했지만,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경선”이라는 나경원 대변인의 성명이 자화자찬만은 아닌 이유다.

그러나 이런 형식과 제도의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형식에 담긴 내용이나 제도의 운용 과정은 구태의연하기만 했다. 후보의 도덕성을 따지는 검증청문회는 사실 후보의 각종 의혹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미봉하는 설거지형 행사로 진행됐다. 제기된 의혹은 컸지만 당의 검증이 부실하다 보니, 공방은 거세지고 불신은 깊어졌다. 결국 의혹에 대한 검증을 수사당국에 맡기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자초했다. 자율성과 책임성을 생명으로 하는 정당으로서 결정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다. 집안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주제에 수권 능력을 어떻게 주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 검증 부실은 합동연설회나 토론회로 이어져, 후보의 비전과 전략, 국정운영 능력 등을 따지는 대신 폭로와 비방으로 채워졌다.

새 그릇은 훌륭했지만, 담긴 음식이 형편없었다. ‘경선 이후’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은 건 이 때문이다. 깊어진 불신이 경선 승복 혹은 패자 포용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는 것이다. 진실을 숨길 수 있다고 믿었던 당의 책임이 크다. 정치 발전을 기대했던 이들로서는 혁신적인 실험이 오히려 불신을 키운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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