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9 18:39
수정 : 2007.08.19 18:39
사설
이달 말로 예정됐던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10월 초로 연기됐다. 수해 복구가 시급하다는 북한의 요청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일부터 계속된 북한 지역의 집중호우 피해는 알려진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한다. 농경지와 수송·에너지·통신시설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기고, 이재민도 수십만명에 이른다. 평양 시내까지 침수되는 바람에, 손님을 맞으려야 맞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특히 곡물 손실이 심각해, 예상 피해규모를 45만톤으로 추산하는 기관도 있다. 수해 이전에도 올해 식량 부족분이 50만톤인 북한으로선 예사 문제가 아니다. 북한 사회 전체가 감당하기 힘든 재난에 직면한 것이다.
북한이 회담 연기를 요청하면서 “많은 피해를 입어 수해 복구와 주민 생활 안정이 급선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어려운 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으로 봐야 한다. 지금은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할 때다. 회담 연기의 배경을 두고 이런저런 억측을 하기엔 북한의 사정이 너무 참담하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때 돈 문제 때문에 회담일이 하루 늦춰졌다는 얘기도 있지만,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다르다.
물론, 정상회담이 연기된 것은 아쉽다. 회담이 예정대로 이달 28일 시작되게 됐다면, 9월 초부터 본격화할 6자 회담을 앞두고 남과 북의 협력을 통한 선도적 구실도 기대할 수 있었다. 정상회담이 늦춰지면서 회담 결과를 구체화하고 제도화할 수 있는 시간과 동력이 줄어들게 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회담 날짜가 대통령 선거일에 좀더 가까워짐에 따라, 정상회담을 통해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게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한층 내실있는 준비가 가능해졌다는 장점도 있다. 이달 초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된 뒤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으로는 제대로 된 여론수렴이나 체계적 대비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남은 기간을 잘 활용해 여론수렴에 좀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회담 뒤 여러 부문에서 회담 성과를 한층 빠른 속도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9월 중에는 북한 핵 문제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남과 북의 정상은 좀더 편한 상황에서 남북관계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늘어난 준비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회담의 성과가 달려 있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