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0 18:42
수정 : 2007.08.20 18:42
사설
가톨릭 서울대교구가 최근 2006년 재무제표를 공시했다. 외부 회계법인에 맡겨 벌인 감사 결과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가톨릭이나 개신교 교회들이 주보를 통해 자체적으로 집계한 수입(헌금 및 기부금)과 지출 내역을 신도들에게 알린 적은 있지만, 외부 기관이 벌인 회계감사 결과를 발표한 적은 없었다. 한국 가톨릭의 상징적 존재인 서울대교구의 이런 조처가 다른 종교단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사뭇 기대된다.
사실 우리 종교단체는, 심지어 복마전으로 지탄받을 정도로 회계가 불투명했다. 극소수를 제외하곤 헌금이나 기부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없다. 대형 단체일수록 더 심해, 가족에게 증여되거나, 심지어 범죄적인 비용으로 쓰인 경우도 있었다. 종교인과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를 요구하는 소리가 납세자 단체뿐만 아니라 종교기관 안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것은 이 때문이었다.
세금에 관한 한 우리나라의 종교단체나 종교인은 특별한 존재였다. 일제 때서나 광복 이후에나 행정 당국은 종교단체에는 과세하지도 않았고,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극소수 예외적 성직자만이 안 받겠다는 근로소득세를 냈을 뿐이다. 종교단체 비과세는 정치와 종교의 야합이란 측면도 없지 않았다. 정통성 없는 정권이 종교계를 들쑤실 필요를 느끼지 않았고, 종교계의 협조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당국은 오히려 기부문화 활성화를 내세워 헌금에도 세액 감면 혜택을 줬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종교단체가 이렇게 세제상의 혜택을 받으려면, 헌금이나 기부금 혹은 수익금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쓰여야 한다.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하고는 사회에 이바지하는 데 쓰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신교의 경우 겨우 헌금이나 기부금의 3% 정도만 그렇게 쓰인다고 한다. 대체로 선교비나 건축비 인건비 등에 쓰인다. 사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교세확장 따위에 쓰이는 것에까지 세제상의 혜택을 줄 이유는 없다. 그건 오히려 조세 형평성을 깨는 일이다.
정부는 일단 과세 문제는 제쳐두고,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유도하겠다는 태도다. 사실 회계의 투명성만 보장되더라도, 종교단체에 대한 불신이나 과세 압력은 줄어들 것이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종교단체라면 서울대교구처럼 스스로 그런 조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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