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1 18:04
수정 : 2007.08.21 18:04
사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한나라당의 개혁을 예고했다. 이 후보는 경선 전당대회 승리 다음날인 어제 당 회의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출발해야 한다”며 “색깔과 기능면에서 모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면서 강경보수 성향으로 굳어진 당의 색깔과 고답적 정당 운영에 변화를 촉구한 말로 보인다. 옳은 방향이다.
사실, 이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기존의 한나라당 지지층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를 망설였던 유권자들이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를 선택한 것은, 그가 한나라당의 기존 강경보수 기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더 실용적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 후보 쪽도 스스로 중도우파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이를 잊고 강경보수의 길을 걷는다면 60%에 육박하는 지금의 높은 지지율은 신기루처럼 쪼그라들 수 있다. 정책과 비전 대신 날선 이념과 증오만 내세우는 강경보수가 계속된다면 정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이 후보 쪽이 앞으로 거세질 당 안팎 극우 세력의 압박에 흔들려선 안 될 이유다.
과거의 한나라당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 정책과 비전을 가다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 후보 쪽은 우선, 경선 과정에서 자신이 내세운 공약 하나하나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도록 물꼬를 열어야 한다. 그의 경부대운하 건설과 ‘대한민국 747’ 공약에 대해선, 경제성이나 환경오염 문제 말고도 “70년대 개발지상주의적 사고”라거나 “새로운 시대의 성장전략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있다. 이 후보가 이를 무시하고 애초 주장을 밀어붙인다면, 일하는 방식이나 내용이 모두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른 공약들도 공당의 정책이 되자면 좀더 정교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특히, 대북정책은 한나라당이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수구적 정서에 매몰돼 국제사회의 변화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한나라당의 변화는 특정 정당의 외연 확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일하는 정당’의 모습이 갖춰지면, 정당 사이 다툼도 욕설과 삿대질의 정쟁 대신 건전한 정책경쟁이 될 수 있다. 말에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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