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1 18:06
수정 : 2007.08.21 18:06
사설
상품명 대신 성분명으로 약을 처방하는 시범사업을 9월부터 국립의료원에서 벌이는 것을 두고 의사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한의사협회는 20일부터 간부들이 일인 시위에 나섰고, 31일 비상총회를 열기로 해 사실상 집단휴업을 예고했다.
성분명 처방은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의료 소비자들은 어느 약국에서든 약을 조제받기 쉽고, 단골 약국을 통해 약에 대한 설명을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비싼 오리지널 약 대신 성분은 같으면서 싼 복제약(제네릭)을 처방받아 약제비를 줄일 수도 있다. 고가약의 처방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터라, 건강보험공단도 약제비 급여 절감의 효과를 볼 것이다. 약사들도 불필요한 약 재고를 줄일 수 있다. 현행 법으로도 의사가 성분명 처방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사들이 소극적이어서, 정부가 제도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확대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번 시범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의사단체가 성분명 처방 확대를 반대하는데도 합당한 이유가 있다. 특정 약을 쓰는 대가로 제약회사로부터 뒷돈을 받던 이권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일 일만은 아니다. 우선 복제약이 오리지널 약과 같은 효과를 내는지 보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결과가 조작된 사례가 여럿 드러나는 등 시험 결과를 믿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성분명 처방을 하면 환자는 가능한 싼 약을, 약사는 마진이 큰 약을 선호할 터인데, 그것이 엉터리 약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 시험을 통과한 약도 약효가 오리지널 제품의 80~120% 범위에 든다는 것이어서, 성분 용량을 미세하게 조절해야 하는 질환에는 함부로 성분명 처방을 적용해선 안 된다.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면 성분명 처방의 여러 장점이 무의미해지는 만큼, 이런 우려를 먼저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다만 이번 국립의료원의 시범사업에서는 소염진통제, 소화제, 제산제 등 성분명 처방을 해도 별 문제가 없는 약들을 대상으로 한다. 또 성분명 처방을 확대할지는 시범사업 뒤 평가를 거쳐 다음 정부에서 결정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계획이다. 그렇기에 의사단체들이 시범사업을 반대하며 집단행동에까지 나선다면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시범사업을 지켜보면서 성분명 처방의 장점은 살리고 부작용은 없애는 방안을 찾는 데 함께 애써야 한다. 정부도 이번 시범사업 결과를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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