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2 18:16
수정 : 2007.08.22 18:16
사설
정보기술(IT) 분야 노동 현실이 노예노동에 비견될 지경이라고 한다. 휴일은 꿈도 못꾸고 밤일을 밥먹듯 한다고 하니, 심한 과장도 아니다. 자바개발자단체라는 곳이 조사한 바로는, 개발자의 73%가 주당 평균 50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0시간을 넘기는 이들도 여섯에 한 명꼴 이상이었다. 첨단산업의 주역이라는 번지르르함 뒤에 ‘막장’이 숨어있더라는 이야기다.
당사자들이 <한겨레> 기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정말 기가 막힌다. 한 전직 개발자는 ‘울고 싶을 만큼 힘든’ 현실이 서러워 밤늦게 아내와 함께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털어놨고, 어떤 현직 개발자는 일주일 만에 집에 갔더니 아이가 낯설어하다가 울음을 터뜨리더라고 했다. “이건 사는 게 아니지 않나요?”라는 그의 반문엔 많은 정보산업 종사자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하다.
이런 현실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상황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비정규직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며 홀대하는 사회가, 나라를 먹여살린다는 정보산업 기술자들도 비슷하게 대접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일부 대기업과 그 외 중소기업의 노동 현실이 날로 양극화하고 있다는 말로밖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정보기술 분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보기술 개발 업무는 굉장히 노동집약적이다. 인력의 질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인건비 착취의 여지가 크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복잡한 하청 구조와 대기업의 횡포는 상황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킨다. “○○전자의 하청은 이 바닥의 막장이다”라거나 “△△통신이 지나간 자리는 하청업체의 시체만 남는다”는 말이 속담처럼 떠돈다고 하니 더 말할 게 없다. 이런 실태를 보고만 있는 노동부와 정보통신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해법도 간단하지 않지만 우선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건 정부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 정보산업 지원 차원에서라도 대책을 내놔야 한다. 정보기술 업계, 특히 대기업들도 장기적으로 무엇이 이로운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기술 인력을 착취하는 것은, 산업 기반을 좀먹어 모두 함께 무너지는 비극을 재촉한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인재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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