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2 19:32
수정 : 2007.08.22 19:32
사설
정부가 종합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것을 포함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과표구간을 올려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이고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 등을 통해 2012년까지 3조5천억원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중산층과 서민층의 실질적 부담 경감 폭이 크지 않은데다 감세 정책에 반대해 온 기존 정부 방침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생색내기 개편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종합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으로 생길 소득세 경감 효과는 뚜렷해 보인다. 출산·입양에 따른 200만원 소득공제 추가 혜택과 기부금 소득공제 한도 확대(10→15%) 등은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고 기부문화를 활성화시킨다는 의미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세제개편이 전체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층 지원이란 취지에 맞게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공제 혜택이 늘어나는 만큼 조건이 까다로워졌고, 이번 개편과 상관없이 이미 예정된 것들이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밝힌 세수 감소분 3조5천억원 가운데 지역 균형발전 차원의 기업 세부담 완화 1조원,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후속조처인 자동차 특소세율 인하 효과 7천억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국민 혜택은 1조8천억원 정도다. 그것도 5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니만큼 연간 세부담 감소는 큰 폭이 아니다. 자영업자 교육비·의료비 소득공제 허용도 취지는 좋지만 △복식부기 △전년대비 수입금액 1.2배 초과신고 등 까다로운 조건을 달고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범위도 사용액의 15%에서 20%로 늘렸지만 조건을 총소득의 15% 초과에서 20% 초과로 올려 실제 혜택이 늘어나는 것은 별로 없는 형편이다.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과표구간 조정은 당연한 일이다. 11년 만의 조정이니 늦은 감도 있다. 다만 그동안 반대 태도를 고수해 온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뚜렷한 이유 없이 태도를 바꿨다는 점에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올해 일몰 예정이던 각종 소득 및 세액 공제 혜택의 연장, 등유세 인하, 경차 배기량 기준 상향조정 등 인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적지 않다. 세제개편안이 민원 해결 차원에서 여기저기 선심 쓰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다시한번 살펴 가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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