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4 19:00
수정 : 2007.08.24 19:00
사설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 경선전이 본격화됐다. 어제 제주 개표를 시작으로 오늘은 광주·전남, 내일은 대구·경북지역의 결과가 나온다. 거대 정당들의 다툼에 가려 조명을 덜 받고 있지만,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세 후보의 경쟁은 한나라당 못지않게 치열하다. 제주 투표율이 80%를 넘었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정책대결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석 달 전 후보 등록 즈음해 내놓은 세 후보의 정책은 기존의 당 정책과 다른 것이 별로 없었고 후보 사이 차별성도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교육과 보육, 주택문제 등 실생활과 관련된 구체적인 진보 정책들을 각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등 정책 대결이 활발하다. 상호 헐뜯기와 깎아내리기로 일관한 한나라당이나 경선룰 등을 놓고 날을 새고 있는 민주신당 등이 배워야 할 대목이다.
투표장에 가지 않고도 각 가정에서 온라인으로 투표를 가능하게 한 전자투표 도입도 앞서가는 부분이다. 온라인 쪽이 투표장보다 투표율이 월등하게 높다고 한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온라인 투표제를 다른 정당들이 도입할 경우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동원해오던 우리 정치권의 병폐가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온라인 투표 실험의 성공 여부를 주목한다.
민주노동당 경선에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특히 당내 최대 파벌인 자주파가 권 후보 지지를 선언해 초반부터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큰 오점이다. 당원들만으로 치르는 경선에서 최대 정파가 조직적인 행동을 결의하는 것은 경쟁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만 아니라 당내 민주주의의 발전과도 배치된다.
최근 일부 당원들이 노 후보를 상대로 하는 부정적 공격도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철저한 후보 검증의 하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깨끗하고 열린 사회를 추구하는 진보 정당에서 낡고 음습한 공격이 뒤쪽에서 이뤄진다면 국민이 냉소하기 쉽다. 다행히도 비방전으로 이득을 얻을 것으로 보였던 권 후보 진영에서 단호하게 네거티브 공격을 비판하면서 비방전이 수그러들고 있다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진보진영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끝까지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배울 게 많았던 ‘아름다운 경선’이었다는 평을 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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