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4 19:03
수정 : 2007.08.24 19:03
사설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 위험물질(SRM)인 등골뼈가 발견돼 통관이 보류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이 재개됐다. 내수용과 수출용을 구분하는 곳에서 종업원의 실수로 내수용이 수출용 상자에 담겼다는 것이 정부 쪽 설명이다. 육안 검사원을 배치하고 중량검사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검역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등골뼈가 들어가게 된 경위 설명부터가 석연찮다. 포장기계는 고장났고, 포장용 상자는 내수용과 수출용이 뒤섞여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종업원의 실수라 할지라도 내수용이 수출용으로 둔갑해 문제가 됐던 게 불과 석 달 전의 일이다. 똑 같은 일이 자주 반복된다면 실수가 아니다. 검역체계의 문제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일단 사건 원인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지 조사도 없이 미국 설명만 듣고 검역을 재개하는 정부 태도를 수용하기 어렵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국민이다. 정부는 국민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게 경위를 설명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도 우리 정부 뒤에 숨어서 적당히 무마하려 하지 말고 직접 해명하는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정부가 등골뼈를 수출한 해당 작업장의 승인을 취소하고 갈비뼈를 보낸 작업장 네 곳에 잠정적으로 수출 선적을 중단시킨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대책이 될 수 없다. 미국이 내놓은 대책이라곤 사람을 배치해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것뿐이다. 중량검사 확대가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우리 정부는 지금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을 위한 수입 위생조건 개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체로 30개월 미만의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수출업자들은 어차피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이 허용될텐데 굳이 돈 들여서 검역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정부한테 철저한 검역 의지가 없으니 미국 업자들도 크게 신경 쓰겠는가.
이 상태에서는 재발 방지를 보장할 수 없다. 통뼈는 물론 등골뼈도 수시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말뿐인 미국 쪽의 재발 방지 대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 대책 없이 검역 주권을 포기하면 피해를 보는 쪽은 국민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