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법적인 ‘테러정보센터’ 신설 |
국가정보원이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자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대통령 훈령 47호)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테러정보통합센터’를 신설했다. 신설된 통합센터에는 군·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근무한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또 국가 대테러 지휘체계를 국무총리가 의장인 테러대책회의와 상임위원회, 테러정보통합센터로 체계화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은 그동안 비판 여론 탓에 여러 차례 무산됐던 테러방지법안의 주요 부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정원이 편법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이 지침은 대외비로 관리되고 있어, 개정 내용의 적법성조차 외부에선 검증할 수 없다.
테러방지법은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점이 우선 지적됐으나 국정원의 권한 강화에 대한 우려도 못지않게 컸다. 국정원이 과거 중앙정보부나 안전기획부 시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서다. 이 점은 여당도 인정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김선일씨 피랍·살해사건을 계기로 테러방지법을 다시 추진하면서 열린우리당은 “논란이 된 국가정보원의 대테러센터 지휘 문제와 인권침해 가능성 문제를 보완해 가면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빈말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 테러정보통합센터 신설 과정이야말로 국정원에 대한 시민사회의 통제 강화 필요성을 방증한다.
정부의 테러정보 수집·관리 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이는 없다. 이미 국정원은 대테러상황실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국방부·외교통상부 등도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고 한다. 국정원이 오직 부처간 협조체제 구축만 목표로 했다면 인권단체 등과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했다. 국정원의 이번 일처리 방식은 테러방지법을 옹호하는 쪽의 논리조차 옹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도 “법적 지원이 없이는 대테러활동 자체가 끊임없이 시민단체의 비판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 왔기 때문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