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6 18:12
수정 : 2007.08.26 18:12
사설
경찰청이 이택순 청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황운하 총경(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의 징계 절차에 나섰다고 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 폭행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경찰청장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게 징계위 회부 이유다. 경찰 수뇌부의 외압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는 상황까지 간 걸 비판했다고 징계하겠다니, 경찰 수뇌부의 양식이 의심스럽다. 내부 비판을 통제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시대착오적인데다 조직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권위주의 발상이다.
이런 비민주적인 행태는 수뇌부의 지도력을 스스로 깎아먹는 결과도 가져올 것이다. 일선 경찰 사이에서, 경찰의 위상 추락을 책임져야 마땅한 총수가 애꿎은 부하를 탓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몇몇 경찰 간부들이 김승연 회장 사건을 은폐해 조직적 불신을 자초하더니 이젠 책임까지 떠넘기려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래서야 과연 누가 수뇌부를 믿고 따르겠는가.
경찰 조직의 외부 감시라는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 회장 사건은, 정부 기관의 사건 은폐를 언론이 나서 폭로한 대표적인 경우였다. 언론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사건의 진상은 결국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권력 기관에 대한 감시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외부의 감시만으로 권력의 부패를 막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조직 전체가 뭉쳐서 비리를 감추려고 하면, 얼마든지 사건이 알려지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외부 세력의 감시와 견제만큼 내부 비판과 고발이 중요하다. 경찰청이 황 총경을 중징계한다면, 내부 비판과 고발은 위축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런 측면에서도 경찰청은 황 총경을 징계해선 안 된다.
내부 비판 억제의 폐해는 단지 경찰에만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 전반에 걸쳐서 생각해볼 문제다. 정부 조직의 일사분란함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내부 비판이 활발하고 그 비판이 밖으로 알려져 외부의 견제와 감시가 작동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이런 맥락을 생각할 때, 경찰청 감사관실이 “노무현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황 총경 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언급한 것이 예사롭지만은 않게 들린다. 황 총경 징계 결과가 내부 비판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는 한 가지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정부는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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