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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26 18:13 수정 : 2007.08.26 18:13

사설

지난해 8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립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지원위원회가 예산의 대부분을 홍보 사업에 썼다고 한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자료를 보면, 위원회는 지난해 집행한 90억3300만원 가운데 80%에 이르는 73억원을 홍보비로 썼다. 위원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별도의 홍보기구에 불과했음을 확인하는 통계수치다.

청와대는 이 위원회를 설립하면서 “각계의 여론 수렴과 건전한 토론을 유도하고 소모적인 국론 분열 상황을 조기에 불식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여론 수렴은 말뿐이었다. 위원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찬성 논리를 담은 광고를 내는 데 대부분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국정홍보처도 별도로 38억원을 들여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광고를 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특정 정책을 홍보하는 데 이토록 많은 돈을 쓴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정책 홍보를 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을 쓰는 데는 우선 순위가 있는 법이다. 정부 협상팀은 지난해 상대국인 미국의 제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협상에 나섰다가 허둥대기도 했다. 협상팀을 돕는 게 더 시급한 일이었지, 빠듯한 나라 살림에서 예비비를 갖다 써야 할 만큼 국내 홍보가 시급하지는 않았다. 나라의 앞날에 큰 영향을 주는 협정이라 언론매체를 통한 토론도 비교적 활발했다. 오히려 정부의 일방적인 장밋빛 홍보가 반대자들을 자극해 건전한 토론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양국 정부가 이미 서명을 해, 이제 국회의 비준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협정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협정 체결 뒤,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인사들이 반대 단식에 나서기도 했다. 국회 비준 동의를 앞두고 또 한번 정부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지 모르는데, 이는 쓸모없고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우리 시장을 열면 경쟁이 활성화해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경제 주체들이 시장개방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인 기회로 활용할 자세를 갖추지 않는 한 협정은 모험일 뿐이다. 밀어붙이기로 발효한 협정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독이 된다. 이제라도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진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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