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7 18:45
수정 : 2007.08.27 18:45
사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고의로 학력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최근 직원 5명을 해고했다. 대학 졸업이란 최종 학력을 밝히지 않은 채 고졸(전문대 포함) 생산직군에 지망해 합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잇따르는 저명인사들의 허위·과장 학력으로 이른바 ‘상류사회’가 들썩이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한 구석에선 오로지 취직을 위해 젊은이들이 최종 학력까지 숨겨야만 한다는 사실이 그저 착잡할 따름이다.
현대자동차의 처사를 두고 당·부당을 따지는 논의가 많지만, 사실 이 문제는 그런 차원을 넘어선다. 우리 사회를 옭아맨 학벌(혹은 학력) 사회의 또다른 그늘이기 때문이다. 고졸자의 실업률(4.1%)은 다른 어떤 학력군보다도 높다. 고졸 평균임금을 100으로 하면, 대졸 임금은 154.9에 이른다. 정규직 취업자는 격차가 더 커, 고졸자는 월 평균 161만8천여원을 받지만, 4년제 대졸자는 250만5천원을 받는다. 격차가 이러한데, 누가 고졸에 만족할 것이며, 어떤 부모가 자식을 대학에 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덕택에 한국 젊은이의 대학 취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초급대 이상 고등교육 취학률은 85%로, 핀란드에 이어 세계 둘째였다. 일본이나 독일(51%), 프랑스(56%)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다. 그러나 이런 대학 취학률은 형식적인 국가경쟁력만 소폭 높였을 뿐이다. 현실에선 심각한 학력 인플레와 함께 고학력 청년실업자를 양산했다. 지난해 대졸 실업자는 27만2천여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학력을 낮춰서라도 취직을 하려 한다. 이런 젊은이들을 야박하게 내친 현대자동차의 처사를 잘했다고 할 순 없다. 그렇다고 고졸자의 일자리까지 대졸자에게 돌아가게 해선 안 된다는 회사 쪽 의견도 무시할 순 없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4년제 대졸 이상(석·박사 포함)의 직장인 1208명에게 취업 때 학력 고의누락 여부를 물었다. 놀랍게도 21.9%가 ‘있다’고 답했다. 이제 학력 중심 사회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불행한 젊은이도 너무 많이 양산한다. 변화는 정부나 공공기관·기업 등 채용기관이 바뀌는 것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입사원서에서 학력란을 없애고, 학력 사이 임금 격차를 줄이고 …. 현대차가 먼저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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