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7 18:47
수정 : 2007.08.27 18:47
사설
일부 의사와 약사가 자기네 회사 약을 써 달라는 제약회사에 채택료(리베이트)를 받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한다. 의약분업을 시행한 뒤 전체적인 규모는 줄었지만, 특정 약을 쓰는 대가로 뒷돈이나 향응을 받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이 임상실험 명목으로 받는 기부금도 일종의 채택료다. 어느 회사의 약을 쓸지는 의사들의 결정권이 절대적이라 채택료는 주로 의사와 병원 쪽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약사들도 할인가격에 약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채택료를 받고 있다고 제약회사들은 고백한다.
제약회사가 부담한 채택료는 약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어, 의료 소비자와 건강보험공단의 부담을 키운다. 더 큰 문제는 채택료를 받은 의사·약사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처방·조제하지 않는 일이다. 채택료 관행은 제약업체들로 하여금 품질 경쟁보다 로비에 매달리게 함으로써, 제약산업의 발전에도 해를 끼친다. 시급히 뿌리뽑아야 할 나쁜 관행이다.
물론 자정 움직임도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이달 초 김정수 회장 이름으로 의사회와 의학 관련 학회, 병원 등에 “거래행위와 관련된 발전기금 명목 등의 기부행위와 국내외 학회 지원 행위는 근절해야 할 불공정 거래행위”라며 “이미 약정된 병원 발전기금일지라도 집행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자정 선언의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회사 17곳의 불공정 거래 실태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에 따른 조처를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라,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받는 쪽은 채택료 관행이 있음을 잘 인정하려고도 않는다.
채택료 관행을 뿌리뽑으려면, 우선 주고받은 사람을 모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정부의 구실도 중요하다. 채택료를 건넸다가 적발된 약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값을 대폭 깎아야 마땅하다.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거나, 약효가 다른 제품보다 떨어지는 약을 보험급여 대상에서 퇴출시키는 의약품 선별 등재 제도를 기존 의약품으로 확대해 적용하는 것도 고려할 일이다. 정부가 관할하는 의약품 유통공사를 설립해 의약품 유통을 맡기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 의약품 유통에서 제약업계의 로비가 개입할 여지를 없애는 방안이 될 수 있는 만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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