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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28 18:14 수정 : 2007.08.28 18:14

사설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그제 열렸다. 어제는 보복 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있었다. 두 사람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6일과 11일로 각각 예정돼 있지만, 1심 형량 이상으로 엄한 처벌이 내려질 것 같지는 않다. 이미 정 회장은 구속된 지 꼭 두 달 만인 지난해 6월 말에 보석으로, 김 회장은 구속 석 달 만인 지난 14일 구속집행정지로 각각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범죄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가 실형을 제대로 사는 일은 거의 없었다는 ‘전례’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우리 법원이 기업인에게 유독 관용적이라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낸 ‘우리나라 법원의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00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거액의 배임 또는 횡령을 저지른 기업의 지배주주와 임원들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는 비율은 조사 대상의 71.1%로, 기껏해야 47% 정도인 강·절도 등 일반 사범의 집행유예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 또,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기소한 기업범죄 117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5%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들 조사대상 사건의 대부분은 법정형이 징역 3년 이상이거나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인 중범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실형 선고비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한국 법원이 기업인 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방증이 된다.

횡령이나 배임, 분식회계, 부당내부거래 등의 기업범죄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깨고 경제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범죄보다 ‘반시장·반기업’적이다. 미국이 2001년 엔론 사태 이후 기업범죄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얻은 이득이 없다’거나 ‘사회 공헌’ ‘경제발전 기여’ 등의 궁색한 이유로 형을 감경할 일이 아니다. 기업범죄가 아니더라도 대기업 총수 등 재력가들이 일반인들에 견줘 유리한 형을 선고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법원이 두 재벌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어느 때보다 법치주의의 장래를 고민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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