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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28 18:15 수정 : 2007.08.28 18:15

사설

일부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의료급여를 내년부터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단계적으로 편입시키는 내용으로 국민건강보건법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보건복지부가 그제 입법예고했다. 내년에는 차상위 의료급여 1종 수급자인 희귀난치성 질환자, 2009년에는 2종 수급자인 만성질환자와 18살 미만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의료급여를 건강보험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물론 개정안이 시행돼도 차상위 계층 의료급여 대상자의 개인적인 부담은 늘지 않는다. 건강보험이 지급하지 않는 본인부담금 차액 등은 앞으로도 국가가 지원한다. 하지만 의료급여를 건강보험 체계 안에 편입시키는 것은 의료급여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건강보험은 보험 혜택을 보는 가입자들이 비용을 분담하지만, 의료급여는 의료비 부담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공적부조다. 마땅히 나라가 재정에서 부담해야 할 부분이다. 복지부의 개정안은 차상위 계층 의료급여 비용의 상당부분을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절대빈곤층 바로 위의 소득계층인 차상위 계층에서는 지금도 잦은 건강보험료 체납과 적잖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의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가 적지 않다. 의료급여를 받는 사람은 20만여명에 그치고 있어, 재정여건을 봐가며 더 늘려가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차상위 계층에 대한 의료복지를 오히려 축소시킬 게 뻔하다. 제도 변경으로 건강보험공단이 떠안을 비용은 한 해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이를 뒷받침할 보험료 인상에 선뜻 동의할 리 없다. 보험 재정이 나빠질 경우 차상위 계층 의료급여를 줄이라는 반발이 일 수도 있다. 결과가 뻔한 일을 밀어붙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제도를 도입한 지 채 4년도 안 돼 정부가 이런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말로는 의료 복지 확대를 외쳐놓고 이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는 데는 제대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가 아닌가. 정부는 차상위 계층 의료급여 비용을 건강보험에 떠넘기려는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 복지 재정을 확충하지 않은 나태함을 반성하고, 재정 확충 계획을 마련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책임있는 자세다. 차상위 의료급여 부담을 덜어 생기는 여윳돈으로 정부가 다른 복지 분야에서 생색을 낼 수는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정도를 벗어난 눈가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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