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8 20:54
수정 : 2007.08.29 00:49
사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 19명을 전원 석방하기로 납치세력 쪽과 합의했다고 정부가 어제 발표했다. 지난달 19일 사건이 발생한 지 40일 만이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피랍자들이 무사히 귀국할 때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피랍자들의 석방 조건과 관련해 정부는 한국군 연내 철군과 아프간 선교 중지를 들었다. 그런 것으로 믿고 싶지만 둘 다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서 다른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납치세력이 일관되게 요구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이 간접적인 형태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부인하고 있으나 탈레반 쪽에 금전적 대가를 약속했을 수도 있다. 이런 조처들은 납치세력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부적절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협상 타결에 더 크게 작용한 것은 지구촌의 여론이라 할 수 있다. 이슬람권 나라들까지 등을 돌린 것이 결국 탈레반의 행동 변화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납치세력이 인질극을 계속한다면 국제사회는 적극적인 대응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의 외교 노력도 돋보였다. 정부는 초기에 아프간 정부에 협상을 맡겨 한국인 인질 두 명이 살해되는 비극을 빚었으나 이후 납치세력과의 직접 접촉을 꾸준히 유지함으로써 사태 악화를 막았다. 외교부 장관과 청와대 안보실장 등 고위급 관리들의 중동 방문도 적절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프간 및 이라크내 대테러 전쟁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분명하게 정리돼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 전쟁은 오래전부터 숱한 민간인 살상과 내전 유발 등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정부가 애초부터 이런 대테러 전쟁과 거리를 뒀더라면 피랍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사건 발생 이후 보인 애매한 행태와 관련해서도 양쪽의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지금 피랍자들은 하루빨리 귀국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피랍자들과 가족은 이미 많은 고통을 겪었다. 피랍자들의 처신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있으나 이들에게 더 많은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이들의 행태에 대해 차분하게 따져보는 일은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국민들은 그동안 피랍자 및 가족들과 같은 마음으로 사태 해결을 기다려왔다. 이제야 사태의 끝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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