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9 17:33
수정 : 2007.08.29 17:33
사설
일본의 마치무라 노부타카 신임 외상이 그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집중호우 피해는 천재지변이기에 납치 문제와 연결시키지 않고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자국민 납치 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대북지원에 참여할 수 없다며,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초강경 노선을 유지해 왔다.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도 2004년 8월 국제기관을 통해 식량과 의약품을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 마치무라 외상의 발언이 이런 완고한 태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이웃나라의 어려움을 돕겠다는 것도, 당연하지만 옳은 자세다.
일본이 제한적이나마 대북 지원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기존의 대북 강경 자세로는 북-일 관계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의 납치 문제 중시 대북외교에 대해선 안팎에서 비판이 적지 않았다. 납치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바람에 6자 회담의 진전에 유독 혼자 걸림돌이 되고 있다거나, 강경 자세에도 아무런 구체적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그런 것이다. 지난 3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6자 회담 북한-일본 국교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는 납치 문제를 둘러싼 양쪽의 견해차로 불과 세 시간 만에 결렬됐다. 다음달 5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후속 실무그룹 회의를 앞둔 일본으로서는, 안팎의 시선 때문에라도 좀더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일본은 이번 회의에서 과거사 청산 문제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어떤 계산에서 나온 것이든 북한과 일본이 경쟁적인 강경 대치 대신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조처가 일본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마치무라 외상은 대화와 압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쪽이라지만, 아베 내각이 대북외교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번에 대북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유엔의 요청을 따르는 형식으로, 국제기구를 경유해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6자 회담의 에너지 지원과는 성격이 다른, 인도적 차원의 지원임을 애써 강조하려는 것일 게다. 하지만 이런 어정쩡한 자세로는 주변 정세의 변화를 따라가기도 어렵다. 일본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좀더 책임있는 모습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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