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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30 18:45 수정 : 2007.08.30 18:45

사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그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선거는 친북좌파와 보수우파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한 말이 맞는지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발언이다.

이 후보가 지목하는 ‘친북좌파’ 세력은 민주신당 등 현재의 여권일 것이다. 이들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국민의 선택으로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이끌어 온 정치세력을 친북좌파라고 딱지 붙이는 것은 상대편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더러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특히 현 여권이 남북관계에서 그동안 추구해 온 것은 화해와 상호 협력이었다. 따라서 이 후보의 발언은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지난 10년 동안 지속해 온 화해정책을 친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천박하고 편협한 인식이다. 앞으로 이 후보가 집권하면 반북정책을 펴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말이 필요없다. 친북좌파라는 용어 자체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는 이 후보 자신이 잘 알 것이다. 이른바 일부 수구 꼴통을 빼고는 건전한 상식과 이성을 가진 사람이면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별도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서는 안 된다.

“친북좌파” 운운하는 것은 실용적인 중도 노선을 추구한다는 자신의 기존 방침과도 모순된다. 대선 공약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 개방하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과감한 대북정책을 내건 것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후보 쪽에서는 이 발언을 ‘당의 화합을 얘기하다가 불쑥 나온 일종의 말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친북좌파 발언을 정식으로 취소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

유력한 대선 후보가 국내 정치적 갈등을 부풀려 미주알 고주알 일러바치듯이 외국 대사에게 얘기한 것 자체도 매우 부적절하다. 내부에서는 서로 싸우더라도 외국을 상대할 때는 하나가 되는 것이 외교다. “내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농담이라고 하지만 너무 가볍다. 버시바우 대사가 이 후보의 여러 정책과 생각을 묻고 이 후보가 여기에 자세히 답변하는 형식도 보기에 안 좋다. 외교적인 대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시험을 치른 듯하다. 나라의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대외 행보에 신중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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