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30 18:46
수정 : 2007.08.30 18:46
사설
국세청이 지난해 9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가족, 친인척들에 대해 광범위한 재산 조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 본인을 비롯한 11명의 소득세·증여세·부가가치세 신고자료와 부동산 및 주식 관련 자료, 그리고 자동차 및 골프장 회원권 보유 현황까지 샅샅이 조회해 분석했다고 한다. 저인망식으로 다 뒤집어본 셈이니, 당하는 사람 처지가 아니더라도 섬뜩하다.
국세청 조사는 국가정보원의 이 후보 조사와 겹친다. 국정원 부패척결 태스크포스 소속 직원이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 등의 부동산 내역을 조회한 게 지난해 8월이었고, 이를 토대로 한 국정원의 이 후보 관련 부동산 분석 작업은 10월까지 이어졌다. 국가 기관 두 곳이 거의 동시에 야당 대선 후보의 재산 뒷조사를 한 셈이니, 우연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공교롭다. 두 기관의 정부내 위상과 업무 특성상 누군가의 지시나 조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는 곧바로 정치사찰 의혹으로 이어진다.
이런 정황을 두고 정당한 업무 수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세청은 어제 세금 탈루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조사하는 것은 자신들의 당연한 책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조사한 1970~80년대 부동산 투기 의혹은 과세 시효가 오래 전에 지난 사안들이다. 탈루 세금 추징이 목적이어야 할 국세청의 조사 대상이라고 하기엔 어색하다. 국정원은 지난달 “부패 관련 정보 수집도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당한 직무수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법령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아전인수’라는 비판만 받았다. 정치사찰 의혹이 제기되면서 배후 세력의 존재가 관심사가 된 마당엔,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들이다.
검찰은 어제 이 후보 관련 부동산 조회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세청이 조사 뒤 만들었다는 보고서와 국정원 보고서가 어디까지 전달됐는지, 두 기관의 조사를 결정한 주체가 누군지도 밝혀내야 한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정치사찰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이번 논란이 후보 검증의 본질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정치사찰 논란과는 별도로 한 점 남김 없이 규명되고, 그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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