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31 18:14
수정 : 2007.08.31 18:14
사설
포털사이트 다음이 지난 6월11일 삼성코레노 민주노조추진위원회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를 폐쇄한 일이 있다. 게시글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삼성코레노가 다음 쪽에 카페 폐쇄를 요청하자, 다음이 자체 운영규정을 근거로 ‘임시 접근제한’ 조처를 취한 것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7월18일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고 결정한 뒤에야 카페가 다시 열렸다. 하지만 한 달 넘게 카페를 폐쇄당한 이용자들은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
당시 다음이 취했던 조처가 이제는 법적 근거까지 갖췄다. 지난 7월2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은 인터넷 게시글로 권리를 침해받은 사람이 요청하면 통신망 운영자가 해당 글에 대한 접근을 임시로 차단할 수 있게 했다. 임시 차단이 의무는 아니지만, 그렇게 하면 그 글이 나중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도 통신망사업자는 배상책임을 경감받을 수 있다. 이로 말미암아 부당한 임시 차단 조처가 남발될 것이라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로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이랜드 사태와 관련해 다음, 네이버 등에 이용자들이 올린 글 30여건이 최근 무더기로 차단됐다.
사이버공간에서 명예훼손 피해를 줄이자는 법 취지는 이해한다. 문제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데 있다. 이번 이랜드 사태와 관련해 임시 접근이 차단된 글 가운데는 언론보도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 적지 않다. 회사 쪽의 무리한 ‘명예훼손’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개정법 시행 뒤 접근이 차단된 다른 글들도 대부분 소비자가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힘있는 이들의 일방적인 문제제기만으로 게시자의 동의 없이 이런 글의 접근을 막는 것은, 사실상 ‘검열’을 정당화하는 것일 뿐이다.
명예훼손 피해를 막자는 구실로 ‘표현의 자유’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조항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통신망 사업자는 게시글이 명예를 훼손했다는 항의가 접수되면 글쓴이에게 이를 알려주는 것으로 긴급한 피해구제 의무를 다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조처를 한 통신망 사업자에게는 명예훼손에 대한 공동 책임을 덜어주면 된다. 새로운 법적 규제보다는 명예훼손에 따르는 민·형사상 책임을 적극 알려 인터넷 이용자들의 성숙한 글쓰기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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