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9.02 18:19 수정 : 2007.09.02 18:19

사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세력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난 인질 19명이 어제 귀국했다. 지난달 먼저 풀려난 두 명을 포함해 인질 23명 가운데 21명이 무사히 돌아왔다. 사태 초기에 배형규 목사 등 2명이 살해된 데 이어 협상 도중에도 추가 위협이 있었던 어려운 상황에서 나머지 인질들이 안전하게 귀환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성과다.

이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애쓴 정부의 노고를 다시 한번 치하한다.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을 뒤늦게 질타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지만, 수십명의 목숨이 경각에 걸린 상황에서 원칙 운운하면서 정부가 나서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바뀌는 국제정치의 모호한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다. 오히려 좀더 일찍 직접 협상에 나서지 않았던 부분을 비판해야 한다. 그랬더라면 두 명의 아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인질 사태를 푸는 데 국가정보원의 활약이 돋보인다. 사건 초기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 국정원은 탈레반과의 현지 접촉 창구를 개설하고 유지하는 데서부터 협상 마무리까지 주요한 구실을 했다고 한다. 김만복 국정원장도 지난달 23일부터 아프간 현지에 가서 협상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국정원장이 자리를 한참 동안 비우고 굳이 현장까지 갔어야 하느냐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국민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 가치에 두고 전력을 기울인 국정원의 여러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특히 우리 쪽 협상 대표에서 보듯, 2004년 김선일씨 사건 이후 대테러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국정원이 보완해온 여러 조처들도 이번에 빛을 발했다.

그러나 국정원장이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 뒤에도 석방자들과 동행하면서 국내외 언론에 자신을 여러차례 드러내고, 우리 쪽 협상 대표가 국정원 직원이라고 사실상 신분을 공개한 것 등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부적절한 행동이다. 정보기관은 항상 드러나지 않게 일하고,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선뜻 드러내서는 안 된다. 정보요원의 신원이 공개되면 더는 활동하기 어렵게 되며, 결국 국익에 손실이 된다. 국정원의 이번 구실은 스스로 자랑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다 안다. 가벼운 처신으로 스스로의 가치만 떨어뜨린 셈이다. 국정원이 좀더 성숙해져야겠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