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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3 18:48 수정 : 2007.09.03 18:48

사설

지난 2월13일 정부-주민 합의로 일단락된 경기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반대 시위와 관련해 뒤늦게 벌금 통지서가 날아들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노동자 등 165명에게 1인당 100만~300만원씩 모두 4억원 가량의 벌금 통지서가 발부됐다고 한다. 지난해 이후 대추리 관련 시위로 연행된 사람이 680여명이니, 느닷없는 벌금 통고에 놀랄 사람은 더 늘어날 것 같다. 수백만원의 벌금은 노동자나 서민들에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대추리만이 아니다. 장애인 관련 법 제정에 앞장섰던 장애인 활동가 65명도 ‘불법 시위’ 혐의 등으로 모두 1억2천여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고 한다.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1천여만원까지 벌금이 나왔다니, 특별한 수입이 없는 이들로선 징역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와 관련해서도 수백만원씩의 벌금형이 예사롭게 매겨지고 있다.

이런 벌금 사태는 정부의 ‘불법·폭력에 대한 형사상 무관용 원칙’과 무관치 않다. 김성호 전 법무장관은 얼마 전 “단순 시위 가담자도 벌금 부과나 불구속 기소 등을 통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경 대처’가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은 군사독재 이후 숱한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 대추리만 해도, 정책추진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갈등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공권력에 의존하는 바람에 악화된 측면이 있다. 서로 합의를 해놓고 또다시 보복성 처벌로 윽박지르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또다른 갈등만 불러오게 된다.

무엇보다 과다한 벌금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사실상 제한할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집회 참가자들이 자신이 감내할 만한 수준 이상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음을 의식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집회·시위의 자유는 위축된다. 정부가 이런 효과를 노렸다면, 헌법상의 권리를 마음대로 제한하려는 것이 된다. 그러지 않아도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해선, 사실상 집회 허가제로 변질되는 바람에 ‘불법’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실제로 한 장애인 시위대가 인도로 이동하겠다고 신고했다가 턱과 분리대 때문에 이동이 쉽지 않아 차도로 내려가자 불법이라며 벌금을 받은 일도 있다고 한다. 이런 처벌을 누가 수긍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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