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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4 18:41 수정 : 2007.09.04 18:41

사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팔기로 했다. 론스타가 얼마만큼 이득을 얻게 되는지도 관심사이긴 하나, 그걸 두고 왈가왈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정서적으로 못마땅할 수는 있어도 당사자간의 문제다. 우리한테 더 중요한 건 이 시점에서 외환은행 매각이 매듭지어지게 둘 것이냐다.

론스타와 외환은행과 관련해선 두 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고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가 뒤따를 수도 있다. 그런데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매각이 종료되면 어찌 되겠는가. 자격 없는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겨 떠나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고, 불법행위를 제재하기도 어렵게 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매각을 승인해 줄 수 없다는 태도를 즉각 밝혔는데, 정당한 결정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외국자본 차별로 비쳐 국제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며 승인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외국자본에 지나치게 몸을 낮춘, 당당하지 못한 자세다. 승인 유보가 옳다고 판단하면 금감위는 이런 목소리에 귀기울 것 없다. 재판 결과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을 잃어 지분 매각 명령이 내려져도 마찬가지로 홍콩상하이은행에 팔면 결과는 같지 않으냐는 반론도 있으나, 반드시 결과가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뿐더러 설령 그렇다 해도 정부가 사전적으로 면죄부를 줄 일은 못 된다. 반대로 정부가 미리 승인을 했다가 의외의 판결이 나온다면 엄청난 후유증에 처할 수 있다.

법적 불확실성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매각을 밀어붙이는 론스타와 홍콩상하이은행의 행태는 유감스럽다. 한국을 경시하는 태도로 비칠 수 있는 행태다. 무대를 바꿔 미국에서 똑같은 상황이 진행됐다 해도 그리 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은행산업 정책을 냉철하게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어느새 우리 은행시장은 외국계 판이 돼 버렸다. 외국계 은행뿐 아니라 국내은행도 우리은행 등 몇몇을 제외하면 지분이 온통 외국자본 손에 넘어가 있다. 세계화가 거역하기 힘든 대세라지만 경제의 혈맥이며 경제위기 때 보루 구실을 할 은행권이 외국계 손에 좌지우지되는 이 현상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하는, 원론적 의문을 우리 앞에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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