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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4 18:42 수정 : 2007.09.04 18:42

사설

어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이 4년제 대학 199곳의 정시모집 요강을 발표했다. 3년 전 정부가 대교협 등과의 협의를 거쳐 발표했던 ‘2008년도 학생부 중심의 대입제도’의 안착 여부를 알려주는 시금석이다. 양적으로 보면 제도의 취지에 따르는 대학이 많았다. 50% 이상 반영하는 대학은 서울대를 포함해 27곳이었으며, 30% 이상은 177곳(88.9%)에 이른다. 수치만 보면 ‘학생부 중심의 대입제도’는 첫 해부터 안착되는 듯하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학생부 중심 대입제도’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중·고교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는 것이었다. 공교육을 되살려 교육의 양극화를 부추겨 온 사교육을 억제하고, 인성 및 창의성 교육을 정착시키자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전체 대학이 아니었다. 수험생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등의 이른바 수도권 주요 대학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대학 서열을 유지·강화하고자 공교육을 왜곡시키고, 사교육을 창궐케 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들 대학의 내신 반영률은 약속이나 한듯 17~23%대였다. 수능 중심이지 학생부 중심이라고 할 수 없다.

그동안 떼지어 다니며 학생부 중심의 대입제도에 반대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등급간 점수차를 달리해 내신의 실질 영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려는 잔꾀까지 부리는 집요함은 놀랍기만 하다. 연세대는 1~4등급의 등급간 격차를 0.5점으로 하고, 7~8등급 3점, 8~9등급 4점으로 했다. 상위등급에서 내신은 사실상 아무런 영향력도 갖지 않게 한 것이다. 동류의 다른 대학들도 같은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등급간 0.5점의 차이를 위해 어떤 중·상위권 학생이 학교 생활에 집중할까.

교육부가 이런 대학을 두고 차별적 재정 지원을 재확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 지원은 사회적 책무성 이행에 맞춰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기는커녕, 공교육을 뒤흔들고 사교육과 교육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대학에는 ‘차별적’이더라도 국고를 지원해선 안 된다. 대학 자율성 훼손 운운하지만, 국고는 공동체에 기여할 때 지원해야지 해악을 끼치는 데 지원할 순 없다. 그건 오히려 배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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