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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6 18:37 수정 : 2007.09.06 18:39

사설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다. 법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을 금지하고,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은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가 네 차례 연재한 비정규직의 현실을 보면, 이런 법 취지가 무색하다. 정규직 꿈이 곳곳에서 산산히 부서지고 있으며, 새로운 차별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직접 고용한 기존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줄이는 대신, 용역·파견·사내도급 등 이른바 ‘간접고용’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봇물 터진 듯 확산되고 있다. 호텔 등 서비스 업종에서 나타난 이 양상은 유통·금융·제조업체는 물론 공공 부문까지 퍼지고 있다.

이랜드가 비정규직 계산원들을 외주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바꾸려고 한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계약직 회사원 100여명을 모두 외부 용역업체로 옮기게 했고, 서울시조차 여성보호센터 등 산하사업소와 기관 19곳을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적잖은 기업이 ‘분리직군 편입’이나 ‘무기계약직 전환’등으로 ‘정규직화했다’고 발표했지만 속을 보면 그게 그렇지 않다. “정규직도 아니고 계약직도 아닌 ‘중규직’이 됐다”는 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하소연이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에서는 벗어났지만 교통비·중식비 등까지 차별받는 신세는 여전하다. 비정규직 차별이 ‘정규직 내 차별’이란 새 양상을 낳고 있는 모습이다.

비정규직 해법이 쉬운 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정부의 해결 의지다. 정부는 ‘더 두고보자’ 식으로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 우선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의 실태 파악부터 나서야 한다. 또 기간제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업무를 외주화함으로써 비정규직법을 회피하는 기업은 당장 특별 근로감독을 해야 한다. 이 기업들이 하는 편법적인 외주·용역과 근로기준법 위반에는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 원청업체 사용자에게 공동 사용자 지위를 부여하고,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누구에게나 차별시정 청구권을 부여하는 등 현행 법의 미비점도 보완해야 한다. 동시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는 등 법률 이외의 정책수단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법이 이들을 더한 고통으로 밀어넣어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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