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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7 18:54 수정 : 2007.09.07 18:54

사설

정부가 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냈다.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제구실을 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면서도 동의안을 서둘러 낸 것은 정부가 임기 안에 협정을 마무리짓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가 먼저 비준동의를 끝내 달라는 미국의 바람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번 협정이 우리가 당면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풀기보다는 오히려 더 키울 것이라는 우려를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우리 경제는 기술력을 키우고, 노동 인력의 질을 높이는 데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단계에 서 있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양극화도 극복해야 할 핵심 과제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미국 시장을 조금 열기는 하지만, 국내 시장을 개방하여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런 ‘충격요법’은 국내 경제주체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생산성을 높이기는커녕 생산 기반을 무너뜨릴 위험이 매우 높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협정을 추진해온 탓에, 경제주체들이 새로운 환경을 기회로 만들 준비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시장 개방으로 큰 피해를 볼 이들을 위한 정부 대책도 시늉을 내는 데 그치고 있다.

국회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깊이있게 따져야 한다. 정부는 공청회 한 번 제대로 열지 않고 협정을 밀어붙였다. 국회의 비준동의 심의 과정은 온국민이 이 협정을 객관적인 눈으로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에서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지금 선거전에 총동원돼 있는 형편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충실한 심의가 어렵다면, 심의를 뒤로 미루는 게 옳다.

정치권이 짬짜미로 비준동의안을 처리한다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협정에 찬성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집권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기에 다음 정부에 부담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 정기국회에서 동의안을 처리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범여권에서도 협정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 그러나 절반 가까운 국민들이 협정에 반대한다. 이들을 설득해내지 못한 채 비준동의를 해서는 결코 안 된다. 국민의 폭넓은 공감과, 철저한 대비 없는 협정 발효는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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