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09 18:49
수정 : 2007.09.09 18:49
사설
엊그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 가능성이 더욱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속적 협력’ 요청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답변은 충분히 그렇게 읽힐 만하다. 연장된 철군 시한이 연말인데, 무엇을 더 국회와 논의하겠다는 것인가. 게다가 국방부는 이미 지난 5일 파병 시한을 넉 달 앞두고 절반에 가까운 교대병력을 이라크로 출발시켰다. 애초 6월 말까지 구체적인 연내 철군 계획을 발표하기로 한 약속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터였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은 더는 안 된다.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선 안 되겠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국회의 파병 연장을 승인받으면서, 올해 6월 말까지 철군 계획을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재연장은 없다는 약속이나 다름없다. 경천동지할 사정이 생겨도 정부의 약속은 지켜야 마땅하다. 게다가 지금 파병 연장을 거론할 어떤 사정도 생기지 않았다. ‘아무런 결정도 한 바 없다’며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는 정부가 한심스럽기만 한 이유다. 반대로 철군을 서둘러야 할 사정은 많았다. 탈레반 인질 사태가 대표적이다.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 탓도 있지만,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 파병한 사실만큼 중요한 요인은 아니었다.
미군의 이라크 주둔에 대한 세계 여론은 철수해야 한다는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최근 영국의 <비비시>(BBC)가 세계 22개국 2만여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67%가 미군의 연내 철수에 찬성했다. 부시 대통령이 주장하는 ‘안정화될 때까지 주둔’ 의견은 23%에 그쳤다. 지난해 2월 비비시가 조사한 결과보다 여론은 훨씬 더 기울었다. 당시 ‘몇 달 내 철군’은 50%, ‘안정될 때까지 주둔’은 35%였다. 지난해 철군과 주둔 의견이 팽팽했던 한국인들도 올해는 63%가 미군의 연내 철군에 찬성했다.
게다가 미국의 최대 동맹군인 영국군도 조속한 철군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영국군은 다음달쯤 주둔지인 바스라 치안권을 이라크군에 넘길 계획이며, 이미 병력을 바스라 외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이라크 안정화 대책’마저 실패로 끝나자 공화당과 행정부 안에서도 감군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파병 연장을 위해 한-미 동맹, 경제적 이익 등 궁색한 핑계를 늘어놓을 계제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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