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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1 18:14 수정 : 2007.09.11 21:57

사설

보복폭행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처해졌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어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판결 이유로 아버지로서의 부정 때문에 흥분 상태였다는 점,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일반 폭력사건에서도 이런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이런 판결엔 흔쾌히 동의하기 어렵다. 항소심 법원은 김 회장이 사리분별력을 잃은 상태였고, 범행도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우발적 폭력이라는 설명이지만, 회사 경호원과 조직 폭력배를 조직적으로 동원한 상황을 두고 우발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 보인다. 동원된 폭력배들이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도 궁색하다. 조직 폭력배가 힘을 과시하며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위력을 행사’한 것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국가가 법질서에 따라 해야 할 응징을, 개인이 대신하려 했다는 데 있다. 이런 사적 보복은 법질서의 토대를 뒤흔드는, 매우 위험한 행위다. 특히 김 회장은 맨몸뿐인 보통의 아버지들과 달리, 회사 조직을 마음대로 동원할 수 있었던 사람이다. 그런 힘을 지닌 이의 범죄행위는 보통사람의 그것보다 사회에 끼치는 위험이 훨씬 크다. 법원 스스로도 사적 보복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김 회장이 “상응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집행유예가 아니라,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해도 됐던 이유들이다.

재벌 총수들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자세가 이번 판결로 재확인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 법에 의한 지배는커녕 법을 경시하는 풍조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재벌 총수의 특권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김 회장이나 한화도 판결 결과에 안도하기 앞서 이번 사건의 교훈을 곱씹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김 회장이 비난을 받은 큰 이유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기업운영 행태를 회사 밖에서도 그대로 벌였기 때문이다. 일인지배 체제에선 당연시됐던 행동양식이 우리 사회의 상식과 충돌한 셈이다. 이는 곧 황제경영은 이제 통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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