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13 18:48
수정 : 2007.09.13 23:34
사설
신정아 보도 선정성 위험 수위 넘었다¶
신정아씨 사건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가 마구잡이식 사생활 폭로로 이어지고 있다. 어제 <문화일보>가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신정아씨의 알몸 사진을 실은 것은 선정적 사생활 보도의 극단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피의자라고 하여, 언론이 이렇게 인권을 침해할 권리는 없다. 여성단체들은 “문화일보의 보도는 인권의식의 실종,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여성 인권에 대한 매우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이 신문의 폐간을 요구할 정도로 격앙돼 있다.
문화일보는 한 문화계 유력인사의 집에서 입수한 것이라며, 신씨의 알몸 사진을 주요 부분을 가려 싣고 선정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그 사진이 이번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두고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 설령 관련이 있다고 해도 본인의 동의 없이 일반에 공개해서는 안 될 사진이었다. 사진을 본 여성들은 자신들이 성폭력을 당한 느낌이라고까지 말하며 전율하고 있다. 이런 보도를 정당화하려고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운다면, 언론 전체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범죄 피의자라 할지라도 범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생활의 비밀은 보호받아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 보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당사자에게 가혹한 처벌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사생활 이야기가 사실이라도 문제가 될 터인데, 한발 더 나아가 넘겨짚거나 근거 없는 의혹을 마구잡이로 제기하는 것은 폭력이나 다름없다. 신문윤리실천강령은 선정적 보도를 금하고 있으며, 공인의 사생활을 보도할 때조차도 “절제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일보의 알몸 사진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최근 여러 언론의 보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었다. 검찰도 사적으로 주고받은 전자우편의 내용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불필요한 언급을 하는 등 인권침해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상을 속인 학력 위조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과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엄정히 수사해 그에 걸맞은 처벌을 받게 해야 마땅하다. 진상을 파헤치려는 언론의 노력도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든 언론이든 인권을 존중하고 금도는 지켜야 한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사건이라고 해서 언론이 사건의 핵심과 무관한 사생활 파헤치기에 치중하는 것은 황색언론임을 자처하는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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