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14 18:19
수정 : 2007.09.14 18:19
사설
수원지법이 김황식 하남시장 등을 상대로 추진되고 있는 주민소환 투표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낸 서명부에 청구사유가 기재되지 않은 것들이 있어 유효 서명자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주민이 뽑은 시장을 소환하는 것은 대상자의 직무정지를 수반하기 때문에 사소한 결격사유라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정해진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청구 이유를 기재하는 것이 의무사항이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지만 이는 항소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다. 이번 판결이 주민소환제의 절차와 요건을 제대로 정비하고 제도를 올바로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다만 사소한 절차상의 문제로 주민소환권이 박탈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주민소환 요청기간 60일이 지났기 때문에 추가 서명을 받아 소환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 굳이 하자면 처음부터 다시 주민소환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사안으로 재소환이 가능한지는 불확실하다. 법적으로도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 필요한 사안이다. 잘못 하면 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주민소환이 지역 선관위의 실수로 투표조차 해보지 못하고 무산될 판이다. 이런 식으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서는 안 된다. 선관위는 책임을 통감하고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주민소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김 시장 쪽과 반대파의 물리적 충돌과 갈등, 끝없는 소송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남시 주민소환은 애초 광역화장장을 유치하겠다는 김 시장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 차이에서 빚어진 일이다. 찬반 투표가 됐든, 주민소환 투표가 됐든 생산적인 토론과 투표 등을 통해 해결할 일이다.
그런 면에서 법정 소송으로 일관한 김 시장의 대응도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시민들이 소환에 찬성했다면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낮은 투표율 때문에 반대자들의 목소리만 반영될 것이란 우려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투표 자체를 원천봉쇄하고자 실력행사를 하는 일이 계속되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없다. 주민소환제 성공을 위해 제도적 보완과 함께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돼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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