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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4 18:20 수정 : 2007.09.14 18:20

사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제 국회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남쪽이 문제를 먼저 꺼내지는 않겠지만 북쪽이 제기하면 논의할 수 있으며, 공동어로수역 조성 등을 중심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취해 온 태도와 다르지 않은 상식적인 언급이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세력은 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 문제가 거론되기만 하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정파적 이해가 앞선 비합리적 딴죽걸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쪽이 북방한계선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해 온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자신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기존 정전체제에 흠집을 내려는 목적이 있다. 북쪽으로 치우친 북방한계선을 남쪽으로 끌어내려 군사전략적 유리함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어로와 통항의 편의라는 실용적 이익도 빠질 수 없다. 남쪽 또한 북방한계선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다뤄야 할 현실적 필요가 있다. 부근 어민들의 생존권이 걸린데다 서해교전과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날 경우 한반도 정세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92년 발효한 남북 기본합의서는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고 하고 있다. 또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북방한계선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나 협의를 피하는 것 모두 남북 합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아울러 기본합의서는 불가침의 이행과 보장을 위해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꾸려 “군사적 신뢰조성과 군축을 실현하기 위한 문제를 협의·추진”할 것을 명시했다. 해상 불가침 경계선 확정, 곧 북방한계선 조정은 상당한 군사적 신뢰조성 등을 전제로 한다는 얘기다. 이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각종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유지해 온 입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북방한계선 문제와 관련해 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군사적 신뢰 조성과 군축 문제를 논의할 틀을 먼저 만들고, 논의 진전에 맞춰 북방한계선 문제를 협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로·통항·경협과 평화관리 등 북방한계선 조정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를 위한 산파역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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