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16 20:26
수정 : 2007.09.16 20:26
사설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오르내리는 초고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일시적인 상황이란 주장이 있지만 연초 50달러대였던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80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연초 50달러대였던 국내 원유 도입 단가도 지난달 71.13달러까지 치솟았다.
1, 2차 석유위기 때 한국경제가 큰 충격에 빠졌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1980년대 초반 제2차 석유위기 때 배럴당 38달러까지 치솟았던 원유가격은 지금 기준으로 100달러 안팎이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지 못하지만 석유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가가는 상황이다.
우리가 외국에서 도입하는 연간 원유량은 9억배럴 안팎이다. 원유가격이 1달러씩 오를 때마다 연간 9억달러의 돈이 그대로 새나간다. 그뿐 아니다. 원유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직간접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내 물가가 올라가고,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며, 기업 수익성 저하가 불을 보듯 뻔하다.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비롯되는 국민 고통을 덜기 위해 유류세 인하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너무 한가해 보인다. 국내 휘발유값을 조금 올리고 내리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다. 국제 원유가격 급등이 한국경제 전체에 미칠 충격파를 걱정해야 한다. 더구나 정제시설 부족으로 말미암은 국제 원유가격 상승세는 단기간에 끝날 분위기가 아니다. 중국·인도·브라질 등의 경제 성장세가 계속되는 한 공급 부족을 피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전형적인 에너지 다소비형 국가에 속한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월등히 높은 영국·일본보다 많으며,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1천달러 생산에 필요한 원유량을 비교해 보는 에너지 원단위는 일본의 세 배, 영국의 두 배를 넘는다. 이런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석유위기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효율성을 크게 높인 일본의 성공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 정부가 최근 바이오에탄올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효율 향상과 사용량 절감을 뼈대로 하는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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