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16 20:27
수정 : 2007.09.16 20:27
사설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를 가리는 결선투표에서, 권영길 후보가 심상정 후보를 누르고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세번째 대선 도전인데다, 대선을 통해 침체된 진보세력에 새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책무도 떠안고 있어 그의 어깨는 무거울 듯하다. 낙승하리라던 경선 초반의 관측과 달리 결선투표까지 갔고, 결선투표 득표율에서도 심 후보와 5%포인트밖에 차이를 내지 못한 것 역시 그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엄중한 주문이다.
처음 치른 대선 후보 경선임에도, 민노당 경선은 제대로 치러졌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진성당원제에 바탕을 둔 당원 직선제와 결선투표제 실시는 정당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경선 과정에서 일부 네거티브 공방이 있었으나, 전반적으로는 헐뜯기보다 후보들이 정책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상정·노회찬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한 ‘도움주기’를 다짐하며 깨끗이 승복한 것도 보기 좋다. 민노당이 정치세력으로 한층 더 발돋움할 가능성을 높인 대목들이다. 다만 당대 다수파인 자주파가 권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조직선거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과제로 남았다. 권 후보는 “정파는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의 다짐처럼 정파간·조직간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대선에서 성과는 물론, 민노당의 외연 확대도 기대하기 힘들다.
권 후보와 진보정당의 지난 두차례 대선 도전은, 사실 정권 창출보다는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도 진보정당이 당당히 자리잡겠다는 시도이자 실험의 의미가 컸다. 세번째 도전도 그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당원만을 위한 당’과 그 당의 존재 확인을 위한 대선 후보 배출이 아니라, 이번 대선을 대안정당·대안세력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권 후보도 “명실상부한 진보로의 정권 교체”를 다짐했다. 각오를 보이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집권하는 예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더욱이 우리의 경우는 진보정당의 역사와 기반이 일천하다. 집권전략을 다시금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차별성에 더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저변도 넓혀야 한다. 민노당이 2004년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고도 왜 도약하지 못했는지, 집권 전략은 이 물음에 대한 답과 맥이 통하고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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