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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8 18:33 수정 : 2007.09.18 18:33

사설

정부가 종교적 이유 등으로 군 입대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대체 수단을 마련하라”는 각계의 요구를 정부가 마침내 수용한 것이다. 환영하며 지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체복무제의 물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의 의미는 크다. 특히 국방부가 태도를 바꿔 공식 추진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진전이라 할 만하다. 국방부는 그동안 사법부의 전향적인 판결과 국가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시기상조”란 태도를 지켜왔다.

따지고 보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한 개인의 신앙적 결단이나 내면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마땅히 존중해야 할 기본적인 인권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미 지난 1987년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적절한 대안을 낼 것을 각국에 권고했다. 독일, 프랑스 등 상당수 징병제 국가들도 일찍이 민간 분야의 대체봉사나 군대 안 비무장 복무를 인정했으며, 이 추세는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선 지금껏 국방의 의무, 또는 실정법을 내세워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 기피로 규정하고 수많은 전과자를 양산했다. 지난 2002년 이후만 보더라도 해마다 750여명씩, 모두 3761명의 젊은이들이 징역 등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 가운데에는 종교적 신념으로 집총을 거부하는‘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물론, 불교 및 가톨릭 신자, 그리고 일반인도 포함돼 있다. 이번 조처가 이른 시일 안에 시행돼 더는 이들과 같은 불행한 전과자가 나오지 않게 되길 바란다.

정부는 세부 추진 방안에서 “다른 사회복무자와 달리,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난이도 높은 분야에서 현역의 두 배 수준인 36개월 동안 합숙근무를 시킨다”고 밝혔다. 또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도입하는 것이지 병역거부권 자체를 인정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재향군인회 등 이번 조처에 반대하는 단체를 의식한 설명이지만 자칫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가 처벌적 의미로 여겨질 소지도 있다. 대체복무는 보편적 권리지, 처벌이나 징벌적 의미가 담겨선 안 된다. 이런 면이 강조되면 인권 보호라는 명분이 퇴색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런 점도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이번 조처가 우리 사회에 인권과 양심의 가치를 드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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