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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9 18:11 수정 : 2007.09.19 18:11

사설

세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난 이규용 환경부 장관 내정자를 두고 청와대는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라 자녀 교육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임용 배제 사유가 아니다”라며 감싸고 있다. 어이없는 궤변이다. 똑같은 불법행위를 놓고 어떤 것은 괜찮고 어떤 것은 안 된다니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사안의 핵심은 무슨 목적으로 그런 일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 일이 불법이냐 아니냐 여부다. 사회의 공복인 공직자가 공동체의 약속이자 규범인 현행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 자체가 용납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불법을 저지른 이유와 맥락을 따져 적용에 차별을 두는 것은 매우 자의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부동산 투기나 자녀 교육이나 궁극적으로는 모두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다. 둘을 구분해야 할 명분이나 이유가 별로 없다. 더구나 청와대의 논리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그동안 주장해 왔던 방침과도 모순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말 피디(PD)연합회 창립기념식에서 “옛날에는 무슨 위장전입 한 건만 있어도 도저히 장관이 안 돼요”라고 말했다. ‘단순한 음주 운전 경력만 있어도 이 정부에서는 승진할 수 없다’고도 여러차례 얘기했다. 그래 놓고는 세 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사람을 장관으로 밀고 있다. 이중잣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와대가 “국회에서 행정·사법·입법부 고위공직자의 인사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것도 우습다. 법을 위반하거나 윤리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확실한 기준이 국민적 합의로 이미 나와 있다. 이 정부도 그동안 줄곧 그런 반칙을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자고 강조해 오지 않았던가. 어렵고 성가시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 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환경부 장관 내정을 철회하는 게 옳다.

이번 일에 대한 제1야당 한나라당의 태도도 한심하다. 지난 정부 때 위장전입을 이유로 국무총리 지명자 두 사람을 낙마시켰던 한나라당은 이번에는 청와대의 논리대로 자녀 교육용 위장전입은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정 철회를 일제히 요구하는 다른 정당들과 너무 대조적이다. 다섯차례 위장전입을 한 이명박 대선 후보를 의식한 행보가 틀림없다.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정당이 이렇게 원칙없이 오락가락해서야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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